'바둑 명언'이 알려주는 투자 전략…바둑과 닮은 부동산 투자 '장고 끝에 악수 둔다'
바둑을 조금이라도 두는 사람이라면 전설의 조훈현 9단은 다 안다. 1980년대 한국과 일본을 주름잡던 고수중의 고수였다. 그는 상대방이 제한시간 5시간을 다쓰고 초읽기에 몰렸을때 발빠른 포석으로 많은 승리를 거뒀다. 지금은 이창호를 비롯한 새로운 강자들이 무대를 장악하고 있지만 그 당시에는 조9단의 독무대였다. 부동산 투자는 바둑과 너무 흡사하다. 엄밀힌 말하면 바둑이라는 것이 집짓기 싸움이기 때문이다. 2011년이다. 바둑명언을 머리속에 넣어 부동산 투자 전략을 세워보자. ▶장고 끝에 악수 둔다(오래 생각한 끝에 나쁜 수를 둔다) 어떤 바이어가 집을 사려고 수십 채를 봤다. 마음에 드는 것이 있어 오퍼를 쓰려고 하다가 마음이 변했다. 이 생각 저 생각에 결정을 못하고 집사는 것을 포기했다. 다시 또 마음에 바람이 들어 집을 보기 시작했다. 그러나 또 결정을 못했다. 부부가 밤을 새워가면 상의를 하다가 주택 구입을 다시 단념했다. 가진 돈은 뻔한데 완벽한 집을 고르려고 하니 선뜻 결정이 서지 않았다. 또 주위에서 집값이 더 떨어진다고 하니 그 말도 신경에 거슬렸다. 이렇게 몇 개월을 고민하며 지내다 드디어 살집을 결정했다. 그런데 잘못 샀다. 처음 집을 사는 바이어 중에서 이런 사람들 꽤 많다. 모든 일에는 때가 있다. 집을 보러 다니기 시작했으면 단기간 내에 끝을 맺는게 좋다. 사람은 심리적으로 한곳에 너무 몰두하면 집중력이 떨어지게 되어 있다. 판단력이 흐려지는 것이다. 물론 집을 많이 본다는 것이 나쁘다는 것은 절대 아니다. 에이전트들은 바이어의 형편을 보고 집을 보여준다. 소득이 적은 바이어를 베벌리힐스로 데려가지 않는다. 첫날 보여준 집이 그 바이어한테 가장 적합한 집이라고 보면 된다. 집을 많이 본다고 또 많이 생각한다고 해서 좋은 집을 사는 것은 절대 아니다. 투자 선수들은 대개 한. 두채 보고 결정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아마추어들은 생각이 많다. 이리로 갈까 저리로 갈까 하다가 엉뚱한 곳으로 간다. ▶대마는 불사다(큰 말은 죽지 않는다) 건물이 큰 것은 쉽게 쓰러지지 않는다. 수 천만달러짜리 상업용 건물을 단독으로 구입하거나 공동 투자하는 사람 중에는 망하지 않을까 걱정하는 사람들이 있다. 초대형 쇼핑센터는 구입전에 철저한 분석을 하게 된다. 감정회사를 비롯해 전문 컨설팅회사들이 지독하리만큼 그 건물에 대한 투자 진단을 내린다. 심지어 구입하려는 건물이 홍수나 바람 또는 테러로 인해 무너질 확률까지 예측한다. 그러나 지난 수년간 부동산 붐이 일어날 때 서너개의 업소들이 입주한 소형 상가를 구입한 한인들이 많았다. 이들은 입주 업소 한 곳이라도 문을 닫으면 모기지 페이먼트에 부담을 느꼈다. 물론 이 세상에 100% 완벽한 것은 없다. 모든 투자상품이 다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 그러나 A클래스의 큰 건물은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 수 년전 공동투자로 인기를 끌었던 대학촌 아파트는 A급 건물로 분류된다. 요즘 경기가 나쁘다고 하지만 대학생들이 입주하는 대학촌 아파트는 6개월전에 신청하지 못하면 자리가 없을 정도로 빈방 구하기가 쉽지 않다. 이들 건물은 아직도 안정적인 수익률로 잘 버티고 있다. ▶아생연 후에 살타라(내가 산 후에 남을 공격하라) 무리하게 부동산 투자를 하는 사람들이 있다. 당장 먹고 살기 빡빡한 상황에서 부동산 투자를 생각한다면 위험하기 그지없다. 한달 소득이 5000달러인데 모기지 페이먼트가 4000달러인 집을 사려고 한다면 이는 위험한 줄타기 곡예와도 같다. 집값이 일년에 10만달러이상씩 폭등하는 상황이라면 몰라도 그렇지 않다면 차압으로 뺏길 가능성이 아주 높다. 부동산이 최고의 투자 아이템이지만 무리해서 할 필요는 없다. 부동산도 내가 먹고 살고 난 후에 투자를 해야 한다. 그래야 손해가 없고 후회도 없다. 박원득 부동산 전문기자